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위치한 사그라다 파밀리아(Sagrada Familia)는 단순한 성당이 아닙니다.
이곳은 한 사람, 안토니오 가우디가 인생의 마지막까지 바쳐 완성하지 못한
‘영원한 기도’의 공간이자, 자연과 신앙, 예술이 융합된 건축의 정수입니다.
1. 가우디는 왜 이 성당에 인생을 걸었을까?
Sagrada Familia history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1882년, 평범한 고딕 양식의 성당으로 착공되었습니다.
프란시스코 데 파울라 델 비야르(Francisco de Paula del Villar)라는 건축가가 초기 설계를 맡았으나,
자금 문제와 설계 방향 차이로 1년 만에 사임하게 됩니다.

📷 이미지 출처: Wikimedia Commons / Sagrada Familia 1905 / CC BY-SA 3.0
1883년, 젊고 실험적인 건축가였던 가우디가 그 뒤를 이어 설계를 맡게 되었고,
이후 그는 이 프로젝트에 인생 전체를 바치게 됩니다. 당시 그는 이미 여러 작품으로 주목받던 건축가였지만,
상업적 성공 대신 신앙적 소명을 선택한 셈이었죠.
“내 고객은 조급해하지 않는다.”
— 안토니오 가우디 (하느님을 향한 건축이라는 뜻)
그는 이 성당을 통해 신에 대한 신앙, 창조 질서, 자연의 위대함을 표현하려 했습니다.
가우디는 말년에 거의 수도승처럼 살았고, 현장에서 직접 기거하며 공사 진행을 지도했습니다.
수첩 대신 모래 위에 설계도를 그리고, 기술자들과 대화하며 모든 디테일을 손으로 정리했다고 전해져요.그는 철저히 검소하게 살았으며, 사그라다 파밀리아를 짓기 위해 본인의 수입을 기부하거나 다른 건축 수익을 성당 건설에 쏟아부었습니다.
또한 건축을 ‘기도의 연장’이라 믿고, 실내 장식, 조각, 빛의 방향까지 일일이 계산하며 영적으로 설계했습니다.1926년, 가우디는 성당에 기도하러 가던 중 길을 건너다 전차(마차)에 치이는 사고를 당합니다.
당시 그의 행색이 너무 남루해 노숙자로 오인되어 응급 치료가 늦었고, 끝내 병원에서 방치된 채 사망하게 됩니다.
2. 곡선의 미학, 자연을 담은 구조
사그라다 파밀리아 이야기
사그라다 파밀리아의 가장 큰 특징은 곡선 건축입니다.
기둥은 나무처럼 자라나고, 천장은 마치 숲처럼 가지를 뻗는 모습이죠.
이는 가우디가 평생 연구한 자연의 구조에서 온 것입니다.
직선은 인간의 선, 곡선은 신의 선이다
중력, 빛, 생명 등 자연현상을 모방하여 건축에 응용
설계도보다 모형! 가우디의 독특한 방식

가우디는 전통적인 건축 설계도를 거의 쓰지 않았다.
대신, 3D 석고 모형을 직접 만들며 설계를 진행했다.
특히 중력 역모형(hanging model)이라는 방식을 사용했는데:
줄과 추를 매달아 거꾸로 된 구조물을 만든 뒤 이를 사진 찍어 정방향으로 뒤집어 구조를 확인했다.
이 방식은 건축물에 최대한의 안정성과 균형미를 주는 자연스러운 곡선을 만들 수 있게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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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사그라다 파밀리아 이야기 – 파사드
성당은 크게 탄생(Nativity), 수난(Passion), 영광(Glory) 세 개의 파사드(정면)로 나뉘며, 각각 예수의 생애를 상징합니다.

동쪽 : 탄생의 파사드 – 가우디 생전에 완공한 파사드
사그라다 파밀리아의 ‘탄생의 파사드’는 성당의 동쪽, 정확히는 북동쪽을 향해 위치해 있습니다.
이 방향은 아침 해가 가장 먼저 비치는 곳으로, 가우디는 이곳에 ‘탄생’을 배치하여 새로운 시작과 희망을 상징하고자 했습니다.
이 파사드는 세 개의 아치형 입구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각 ‘희망’, ‘사랑’, ‘믿음’이라는 기독교의 세 가지 덕목을 상징합니다.
왼쪽 입구는 요셉을 통해 ‘희망’을, 가운데 입구는 예수의 탄생 장면을 통해 ‘사랑’을, 오른쪽 입구는 마리아를 통해 ‘믿음’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탄생의 파사드’는 가우디가 생전에 직접 완공한 유일한 정면으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소중한 건축물입니다.
섬세한 조각들과 자연 모티프, 그리고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빛의 연출은,
이 파사드를 단순한 성당 입구가 아닌 신앙과 자연, 예술이 어우러진 상징적인 공간으로 만들어 주고 있습니다.
남쪽 : 영광의 파사드 – 사그라다파밀리아 정문 출입구가 될 파사드
영광의 파사드(Glory Facade)는 성당의 가장 웅장하고 상징적인 정면이 될 공간으로,
주 출입구가 자리한 곳이기도 합니다. 이 정면은 2002년부터 본격적으로 건축이 시작되었으며, 현재까지도 계속해서 공사가 진행 중입니다.
영광의 파사드에는 이미 주 출입문이 완성되어 있으며, 그 문에는 전 세계 50개 언어로 ‘주님의 기도’가 새겨져 있습니다.
이 중에는 한국어도 포함되어 있어, 출입문 하단 양쪽에는 “오늘 우리에게 필요한 양식을 주옵소서”라는
문구가 한글로 적혀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파사드는 완공까지 반드시 해결해야 할 큰 장애물을 안고 있습니다.
가우디가 생전에 설계했던 이 지역은 당시 공터였기 때문에, 성당의 정면에는 마요르카 거리 위를 가로지르는 공중계단을 설치하고,
그 아래로는 차량이 지나가며, 사람은 맞은편 공터에서부터 계단을 통해 입장하는 구조를 계획했습니다.
문제는 시간이 흘러 그 공터 자리에 빼곡히 건물들이 들어섰다는 점입니다.
원래 설계를 실현하려면 현재 존재하는 건물들을 모두 매입하고 철거해야 하는데,
예산 문제는 크지 않지만 거주민들의 강한 반발이 있습니다.
이런 문제로 인해 2024년 3월 기준, 영광의 파사드는 내부 벽체와 주 출입문만 완성된 상태이며,
진입 계단과 연결부는 아직 착공조차 하지 못한 상황입니다. 성당 측은 2034년 완공 목표에 맞춰 거주민들과 협상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남서쪽 : 수비락스의 수난의 파사드
수난의 파사드(Passion Facade)는 성당의 남서쪽 정면에 위치해 있습니다.
이 파사드는 가우디가 직접 설계한 부분은 아니며, 그가 남긴 도면과 지침을 바탕으로 1954년부터 건축이 시작되었습니다.
건축과 조각은 조제프 마리아 수비락스(Josep Maria Subirachs)가 맡았고, 가우디 사후 30여 년이 지난 시점부터 진행되었습니다.
가우디는 생전에 이 파사드의 이름을 수난의 파사드라고 붙였으며, 예수 그리스도의 고난과 죽음을 표현하는 공간으로 의도했습니다.
그는 이 정면이 관람객에게 두려움, 고통, 경외감을 불러일으켜야 한다고 말했으며,
“단단하고 벌거벗었으며, 마치 뼈로 만든 것처럼 만들어야 한다”는 말을 남겼습니다.
하지만 가우디가 남긴 도면은 세부 표현이 매우 간략했기 때문에,
후대에 이를 완성한 수비락스의 개인적인 해석과 스타일이 강하게 반영되었습니다.
그 결과, 수난의 파사드는 반대쪽 탄생의 파사드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풍깁니다.
탄생의 파사드가 부드럽고 사실적인 곡선과 따뜻한 분위기를 지녔다면,
수난의 파사드는 날카로운 직선과 각진 인물들, 추상적인 구성으로 이루어져 전혀 다른 건물을 보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또한 수난의 파사드는 남서쪽을 향하고 있어, 해 질 녘을 제외하면 대부분 그늘에 가려져 어두운 인상을 주는데,
이 역시 가우디가 의도한 연출이었습니다.
태양의 방향마저 예수의 고난과 어두운 죽음을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수단이었던 셈입니다.
결과적으로 수난의 파사드는 가우디가 이름만 남기고 세부를 설계하지 못한 채 생을 마감한 후,
수비락스가 예수의 수난과 부활을 주제로 독자적인 예술 언어로 재해석해 만든 파사드입니다.
때문에 지금의 모습은 가우디의 철학과 수비락스의 현대 조각 언어가 교차된 결과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가우디는 실제 동물의 뼈 구조, 나뭇가지 분포, 벌집 등을 모델링해 기둥과 천장을 설계했습니다.
종종 동물의 두개골이나 식물의 잎맥 구조를 들고 다니며 자연을 관찰했다고 합니다
가우디는 “빛은 신의 목소리”라며, 창문 하나하나에 빛의 강도와 색을 계산했습니다.
스테인드글라스는 단순 장식이 아니라 기도하는 분위기를 만드는 설계 요소였어요.
사그라다 파밀리아 이야기 – 137년간의 비밀, 세계 최대 ‘무허가 건축물’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은 1882년 착공 이후 137년간 무허가 건축물이었습니다.
초기에 건축 허가를 신청했지만, 행정 착오로 승인도 거부도 되지 않은 채 공사가 계속된 것이죠.
이 사실은 2016년 바르셀로나 시청이 뒤늦게 확인했고, 결국 성당 측은 466억 원의 벌금을 내기로 합의했습니다.
그리고 2019년, 처음으로 공식 건축 허가를 받아 합법 건축물로 인정받게 되었습니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이야기 – 가우디의 200년 설계
가우디의 건축은 매우 독창적이면서도, 카탈루냐 지방의 전통 건축 양식을 충실히 계승한 것이 특징입니다.
사그라다 파밀리아에는 고딕 양식의 격자형 기둥, 타일 공예, 몬세라트의 검은 성녀상 등 지역 고유의 요소들이 반영되어 있으며,
시공 역시 지역 장인들의 손길을 거쳐 완성되고 있습니다.
또한 이 성당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순수한 석조 성당이 아닙니다.
초기에는 근처 채석장의 돌을 사용했지만, 자재가 고갈되면서 해외 수입석과 철근 콘크리트를 결합한 패널 방식으로 시공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가우디는 재료에 제한을 두지 않았으며, 이는 현대 건축 기술과 전통의 조화를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됩니다
흥미롭게도, 가우디는 이 성당의 건설 기간을 200년으로 예상하며 2082년 완공을 목표로 했습니다.
이는 오래 걸리는 편처럼 보이지만, 밀라노 대성당(약 600년)이나 피렌체 대성당(약 170년)과 비교하면 오히려 짧은 편입니다.
오늘날까지 수백 년 전 방식을 이어가며 짓고 있는 거의 유일한 건축물이라는 점에서,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단순한 건축을 넘어 시간과 전통을 담은 문화유산이라 할 수 있습니다.
가우디는 “사람들이 완공을 못 해도 괜찮다. 하느님은 기다릴 줄 아신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그는 이 성당이 자연처럼 천천히, 유기적으로 완성되길 바랐던 것이죠.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건축물’을 넘어선 살아 있는 예술, 끊임없이 자라는 믿음의 형상입니다.
언젠가 완성되더라도,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는 가우디의 꿈과 철학으로 영원히 기억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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